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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vs KBS. 요약과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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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vs KBS. 요약과 해석.
  • 딴지 USA
  • 승인 2019.10.2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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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vs KBS

1.
어제 유시민은 알릴레오 방송을 통해 김경록 인터뷰로 벌어진 KBS 성재호 사회부장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을 했다.

반박의 내용을 요약하면 첫째 김경록 PB는 성재호의 주장처럼 일반적인 취재의 목적이 아닌 대단히 공들여 섭외한 인터뷰 대상자였고, 섭외에 응한 이유는 KBS에서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뉴스에 반영해 주기로 했으며, 만약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해당 기사를 내보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약속까지 했다는 점을 들었다.

둘째, 김경록 PB는 인터뷰 내내 기자의 질문 내용이 검사의 취조 내용과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3일간 검찰에서 힘든 출석 조사를 받고 왔고, 오후에 또 출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주장과 취지를 전달해 줄 언론으로 판단해서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검찰과 동일한 취조 내용을 인터뷰 질문으로 받다보니 실망스럽고 화도 나서 중간에 인터뷰를 중단하려고까지 했다는 것이다.

세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는 완벽하게 인터뷰 내용을 왜곡 보도했다. 원하는 답변을 듣기 위한 유도성 질문이 통하지 않자 답변의 특정 부분을 발췌해서 취지와 완전 다른 검찰발 뉴스를 왜곡보도하는데 사용했다.

특히 자신이 언급했던 운용(자산의 운용)이라는 단어의 뜻을 운영(회사의 경영, 코링크의 차명소유를 통한 운영)이라는 뜻으로 보도했고, KBS의 사모펀드 관련 보도가 자신의 인터뷰 내용을 발췌해서 왜곡 보도한 탓에 이후로 모든 언론이 동일한 방향으로 따라 간 것을 보면서 모든 언론에 대한 불신이 생겼고, 결국 유시민을 찾아오게 되었다는 점을 한번 더 반복 언급했다.

네째로는 성재호는 유시민이 진영논리에 서서 한 개인(김경록)의 희생을 앞세운 시대정신을 이야기 한다면 그건 '파시즘'이라고 했는데 정작 알릴레오 방송 후 김경록은 만족스러운 인터뷰 였다고 직접 연락이 해 온 반면 KBS쪽에서는 김경록에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연락이 안되고 있지 않느냐는 반박을 했다.

내 해석으로는 KBS가 섭외 과정에서부터 내용의 왜곡까지 인터뷰 대상자를 속이고, 상처를 준 마당에 사실 그대로를 전달한 유시민 쪽에 무슨 파시즘을 운운하느냐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2.
이에 대한 KBS측의 대응은 실망스러움을 넘어 한심하기까지 했다.

어제 방송에 대한 내용 반박은 전무한 채 KBS 기자를 대상으로 성희롱을 했다고 규탄하는 성명만을 냈고, 충실한 언론의 동업자들이 그 내용을 도와서 함께 보도해 준 것이다.

나는 실시간 방송을 못 보고 나중에 편집본을 본 지라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내용을 찾아보니 패널로 출연한 아주경제신문 법조팀장 장용진 기자와 진행을 맡았던 개그맨 황현희가 부적절한 농담을 한 모양이다. 정확한 워딩은 다음과 같다.

“(KBS) A 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서 술술술 흘렸다. 검사들에게는 또 다른 마음이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A 기자가 국정농단 때부터 치밀하게 파고들며 검찰과의 관계가 깊어졌다. A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 많이들 흘렸다” 장용진

“좋아한다는 것은 그냥 좋아한다는 것이냐?” 황현희

“검사가 다른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많이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 장용진

워딩만으로도 부적절한 부분이 분명 있기는 했다.

3.
유시민은 이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 방송 말미에 “성희롱 발언으로 받아 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고, 장용진과 황현희는 즉시 사과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당연히 방송에서 편집 되었다. 유시민은 추가로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해당 내용에 대해 사과했고, 별도 공지를 통해서도 기자들과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장용진 기자도 페이스북에서 별도로 사과했다.

분명 부적절한 내용이 있었지만 할 수 있는 모든 조치와 사과는 신속하게 군더더기 없이 이루어 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KBS 기자들의 반응은 오직 성희롱 발언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정작 해당 발언과 무관한 그러면서도 가장 먼저 상황을 인지해서 방송에서도 사과를 했고, 문자로도 사과했고, 공지에서도 추가 사과를 했던 유시민에게 ‘사과 이상의 책임을 지라’고만 외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표창장 이슈를 계속해서 문제 삼던 검찰이 생각났다)

과연 사과 이상의 책임이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이제 김경록 PB의 인터뷰 왜곡에 대한 논쟁은 ‘그만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첫번째 방송에 답변은 ‘파시즘’을 운운하며 불같이 화를 냈고, 두번째 방송에 대한 답변은 ‘사과 이상의 책임을 지라'고 외치는 KBS 기자들을 보니 그들은 언론인으로서 자신들이 저지른 행동의 과오에 대해 최소한의 변명거리조차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4.
한편 “해당 발언은 단순히 한 KBS 기자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여성 기자 전체에 대한 모욕이자 순수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든 여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전선을 크게 확대해서 지적하는 'KBS 여기자 협회'의 논평을 보니 문득 KBS 기자들의 젠더감수성이 어느정도 수준인지 궁금해서 검색을 좀 해 보았다.

올 7월, 후배 기자의 블라우스 가슴 안쪽에 지폐를 꽂아 넣고, 유흥업소에서 (여)후배를에게 전화를 해서 누가 빨리 오는지 내기도 하고, 회식자리에서는 춤과 노래를 강요하면서 “엉덩이를 더 흔들어봐라”고 상습적인 성희롱을 일삼던 KBS의 팀장급 기자가 있었다.

사내 성추행 신고를 받은 KBS의 대응은 6건 중 4건은 징계시효(사내 성추행에도 징계시효라는 것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가 지났고, 2건만 징계 사유로 삼아 정직 6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내가 보기에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그런데 해당 기자는 그 6개월의 정직 처분도 부당하다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 신청을 했고, 지노위에서는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형이 과다하다”는 취지의 결정이 내려졌다.

위계에 의한 상습적인 성추행 가해자에게 불과 6개월의 정직처분밖에 내리지 않는 회사측의 대응도 실망스럽고, (삼성이나 카카오 같으면 바로 인사팀 조치로 해직사유에 해당된다) 6개월의 정직이 과하다고 구제 신청을 하는 그 기자의 평상시 젠더감수성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도 추측이 되지만 지노위에서 해당 구제신청을 받아 들인 것도 놀랍다. 모두 비난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KBS 기자협회, 여기자 협회, 노조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너희는 더 심한 행동을 했으니 성추행 논란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유치한 반론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젠더감수성마저 자신들이 언론인으로서의 잘못을 감추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정략적인 행동이 실제 양성평등을 위한 사회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사회적 움직임에 얼마나 역행하는 행동인지 언론인으로서 "마땅히 부끄러워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다행히 유시민 이사장, 알릴레오 제작진, 장용진 기자까지 신속한 사과를 반복해서 했으니 KBS 기자들은 더 이상 이슈전환하지 말고, 본인들의 언론으로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던가 혹은 불복한다면 유시민의 주장을 제대로 반박하기를 바란다.

5.
조국 장관이 사퇴하고, 정경심 교수는 뇌경색과 뇌종양 진단을 받았는데 오늘 검찰은 6차 출석요구 조사를 강행했다. 검찰은 전날 제출받은 정경심 교수의 입원확인서에 의사성명, 면허번호, 의료기관직인이 없다고 뇌종양 진단에 대한 의문마저 표했다. 아.....

증거는 없지만 표창장도 위조이고, 진단서도 위조했을 것이라는 논리인것인지 모르겠지만 진단서 내용이라는 것은 쉽게 검증이 될 내용인데 이 정도까지 악의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일종의 '본보기'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리를 건드리는 자는 끝까지 보복하겠다'는 것을 일부러 국민들에게 더 강하게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아닐까 싶다.

조국 장관이 사퇴하면 아픈 환자를 괴롭히는 것은 중단할 것이라는 내 추측은 틀렸다. 그들은 끝까지 갈 작정인 듯 싶다.

결국 검찰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도 끝까지 가야만 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이번에 검찰개혁이 실패하면 앞으로 검찰개혁의 기회는 영원히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6.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은 오늘 문재인 대통령은 김오수 법무부 차관, 이성윤 검찰국장을 불러 면담을 진행하면서 “추가 검찰개혁 방안을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대검과 법무부의 감찰방안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라”며 감찰기능의 강화 방안 마련까지 주문했다.

그래, 그나마 유일하게 희망을 가질만한 뉴스로구나.

지금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피의사실공표, 검언유착관계, 피의자 인권유린 등의 구체적인 혐의를 감찰을 통해 범죄사실이 드러나면 바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서 수사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을 보니 다소 안심이 된다.

7.
날씨가 갑자기 서늘해 지는 것이 계절이 변화하는 것이 느껴진다.

요즘 나의 일은 꽤 바쁘지만 돌아가는 시국도 여전히 어수선하고, 나의 관심은 양쪽 모두에 있다보니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글도 써야 하고, 그래서 더 바쁜 것 같다. (대신 아내와 술 마시고 차 마시는 시간이 줄었다)

바쁜 와중에 시간 쪼개서 쓰는 글이니만큼 졸필이나마 시민들이 검찰개혁에 당위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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