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국익은 무엇인가
상태바
국익은 무엇인가
  • 딴지 USA
  • 승인 2022.09.27 0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보도를 취재한 것은, 최초 보도한 MBC에 따르면 MBC 단독 기자가 아닌 "대통령실 공동 취재단"이었다. 그리고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한 "48초 만남"과 "이 XX들" 상황은 둘 다 본 행사가 끝난 후의 상황으로서, 두 상황이 바로 이어진 시점이었다.

그런데 언론들이 "48초 만남" 소식을 보도한 것이 오전 7시부터였는데, MBC가 단독 보도한 시점은 10시경이다. 즉 '대통령실 공동취재단'에 속한 언론사들이 모두 같은 소스를 들고 있으면서도 보도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MBC만이 단독으로 보도를 한 것이다.

그러다가 MBC 보도가 일파만파 대폭발을 일으키자 다른 언론들이 뒤늦게 일제히 받아썼다. 여기서 이들 대다수 언론들은 MBC 보도영상을 받아쓴 것이 아니라 MBC 로고가 없는 화면, 즉 원본인 공동취재단의 영상을 그제서야 보도했다. 이 언론사들이 다들 "이 XX" 영상 소스를 갖고도 보도하지 않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이 배경에는 대통령실이 "외교상 부담이 될 수 있으니 공개 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한 요청"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다수 언론들이 대통령실의 "간곡한 요청"을 그저 호의로 들어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저 대통령실 관계자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려는 이익 위주 관점으로 보도를 안하기로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정말 '외교상의 국익'을 위해 보도하지 않기로 했다고 믿어주고 싶다.

.

그러면, 국익이란 무엇인가.

현직 대통령의 막말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라면, 그동안 잘 하다가, 혹은 그럭저럭 선방이라도 하다가 정말 돌발적으로 우연히 튀어나온 것이라면, 국익 관점에서 한번쯤은 눈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뭐 대승적 국익 관점이 아니라도, 인지상정이라는 것도 있지 않나. (저들은 조국 가족에 대한 보도에서 소소한 '인지상정'에까지 무자비하게 난도질을 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게 윤석열 대통령의 첫번째 설화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일일이 세어보려는 생각부터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입만 벌리면 막말, 망언 행진이었다. 한번쯤, 인간이 좀 부주의하면 아니 두번 세번쯤 사고를 칠 수도 있다. (물론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면.) 그런데 수도 없이 반복해서 입사고를 쳐왔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대형사고를 부지기수로 쳐왔으면서도 매번 그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 한번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실과 여당은 그때마다 문제를 바로잡기를 바라기보다는 말도 안되는 억지 논리를 동원해 대통령을 실드치기에만 급급했다. 상당수 언론들도 동조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실드만 쳐주는 세력들이 겹겹이 넘쳐나니, 자정능력이라곤 전혀 없다는 것이 확실해진 천둥벌거숭이 대통령으로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잘못인줄 제대로 인지할 방법이 없다. 그렇게 해서, 작은 설화로부터 시작해서 점점 대형사고를 쳐대더니 중차대한 외교 현장에서 막말을 쏟아놓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

이번 바이든과의 만남이 어떤 자리였나. 그냥 친목질하러 만난 자리가 아니다. 윤석열 자신이 주최한 구글, 오라클 등 미국 기업과의 만남 자리까지 노쇼 해버리는 심각한 결례까지 저지르면서 바이든을 만나러 간 자리다. 그럴만큼 중요한 부탁들이 있었다.

바이든에게 경제 전반의 위험도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방어의 해결책인 통화스와프와 인플레이션감축법 문제로 굽신거리며 부탁을 하러 간 자리다. 48초 동안에 그 부탁들을 다 풀어놨다는 대통령실의 주장은 도무지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지만, 뭐 몇초씩 언급이라도 했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렇게 향후 수년 이상의 국가 경제가 걸린 절체절명의 부탁들을 다급하게 풀어놓고는, 돌아서자마자 바로 미국 하원의원들을 가리켜 "이 XX 들", 바이든 대통령을 가리켜 "쪽팔리겠네"라며 막말 사고를 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아예 정치를 할 깜이 전혀 안되는 인물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런 정도의 황당무계한 막말 사고는 정상적인 사람들의 상상력을 한참이나 뛰어넘는 초대형 사고 아닌가.

.

물론, 바이든 면전에서 한 말이 아니니 미국측이 공식적으로 문제삼거나 하지는 않을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바로 몇초전 눈앞에서는 저자세로 부탁들을 늘어놓던 녀석이 돌아서자 마자 수하 장관에게 막말을 쏟아낸 사실을 알고서, 과연 그 부탁들을 들어줄 마음이 티끌만큼이라도 들 것인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문제는 바이든의 선거 문제가 걸린 것이라 애초부터 받아줄 가능성이 희박했다고 해도, 통화스와프는 절대적으로 어려운 문제까지는 아니었고, 또 우리 경제 전체로 봐서는 이쪽이 훨씬 중요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억지 만남을 만들어 저자세로 부탁을 늘어놓고 돌아선 직후에 막말을 늘어놓은 윤석열을, 과연 미국측이 무리를 해서라도 도움을 줄 만큼 호의적으로 바라볼 것인가.

요컨대, 윤 대통령께서는 이렇게 불과 몇초의 막말 한 마디로 국가 경제를 말아먹으셨다. 원래도 어려웠던 문제들이긴 하지만, 간절한 희망의 싹을 짓밟아 완전히 절멸시키셨다.

.

이런 사고가 왜 생겼나. 자정능력이라곤 없는 윤석열 본인에겐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쓴소리를 해야 할 측근들, 박진 외교부 포함 장관들, 여당 지도부 이하 의원들이 쓴소리 대신 실드질만 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티끌 하나까지 전부 그들의 책임이다.

편만 들어주니 점점 더 큰 사고를 치다 결국 이런 외교 참사에까지 이르렀는데, 이 와중에도 국민들 누구에게도 먹힐 수 없는 어불성설 실드 논리나 늘어놓고 있는가.

매번 사고를 친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사과 한 마디라도 나온 적이 있나. 재발방지의 약속이라도 했나. 그런 적이 한 번도 없고 이번에도 사과나 재발방지 거론 없이 실드 논리만 난무하니, 앞으로도 이런 일은 수도 없이 재발하고 점점 더 기막힌 사고를 칠 것이 확실하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러서, 언론들이 마땅한 보도의 의무까지 저버리면서 우려해야 할 것이 당장의 '외교상의 국익'인가. 당신네 언론인들은 이런 정도의 사고는 외교 현장에서 종종 있을 수 있는 사고라서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나.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지 아직 140일도 채 되지 않았다. 남은 임기가 무려 4년8개월이다. 이 문제에서 또다시 함구하는 방식으로 실드를 쳐주면, 윤석열이 향후 4년 8개월간 얼마나 인간의 상상력 이상의 핵폭탄들을 터뜨릴지 걱정도 안되는가. 눈앞이 정말 캄캄해지 않나.

우쭈쭈 실드만 쳐주다가 바늘도둑이 소도둑 됐는데, 세계 역사에 전무후무한 대도가 될 때까지 계속 방치할 건가. 그게 국익에 부합하는 건가. 이 얼토당토 않은 인간이 나라를 완전히 절단내버리고 회생 불가능한 후진국으로 만들 때까지 방치할 건가.

.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또다시 실드가 통하면 윤 대통령은 남은 4년 8개월간 더더욱 큰 사고를 쳐댈 것이 확실하다. 이런데도 잘했다고 등을 두들겨주며 '국익을 위해' 윤석열의 망언, 막말들을 편들어줄 것이냐.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수호하라고 뽑아놓은 공복일 뿐이다. 국익을 저해하는 사고를 치면 더 이상의 사고를 치지 않도록, 정신이 버쩍 들도록 후려쳐야 한다. 그래도 계속 반복해서 사고를 쳐대면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 다른 수가 없지 않은가?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가기

By 박지훈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