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윤석열이 두려워하지 않는 민주당, 어디로 갈 것인가
상태바
윤석열이 두려워하지 않는 민주당, 어디로 갈 것인가
  • 딴지 USA
  • 승인 2022.06.24 0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창에 빠진 바퀴를 끌어내지 못한채 허우적거리며 오히려 물귀신처럼 동지들까지 끌고 들어가는 민주당 사태의 본질은 대선과 지선 패배의 원인과 책임을 서로 상반되게 본다는 데 있다. 현재 민주당과 관련하여 가장 큰 목소리는 박지현을 앞세운 세력과 그녀 덕분에 뇌관이 된 최강욱을 위시한 개혁세력으로 양분된다. 이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은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를 정반대로 분석한다. 지나친 일반화이긴 해도 간명하게 말하면 ‘개혁을 지나치게 앞세워 망했다/촛불시민들의 개혁명령을 받들지 못해서 망했다’로 정리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민주개혁 진영 내의 개혁과 반개혁의 대결구도다.

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뜻하는 ‘검찰정상화’라는 용어로 정리했음에도 여전히 검수완박이라는 용어를 고수하며 개혁을 민주당 폭망의 원인으로 보는 박지현파(박지현은 이제 불꽃으로 대변되는 개인이 아니다. 이미 그는 정치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으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계파 매커니즘이 작동하는 여의도 정치의 태풍의 눈이다)와 개혁파의 싸움이다. 민주당도 기득권이라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다 버리겠다거나 눈감고 귀 막겠다고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박지현파는 대선패배의 책임을 조국에 대한 검찰의 표적수사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보는 동시에 검찰정상화를 외치는 사람들에게서 찾는다. 조국이 문제고 이재명이 문제였다는 식이다. 하지만 개혁적인 촛불시민(강성 팬덤이 아니라 개혁적인 시민들이다)들은 대장동 스캔들을 언론플레이로 확대시키며 이재명을 악마화한 이낙연에게서 대선패배의 원인과 책임을 찾는다. 3차 슈퍼위크를 무기로 경선불복을 공식화하고 측근의 윤석열 캠프 합류, 지지자들의 윤가 지지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강건너 불보듯 했던 이낙연을 대선패배의 강력한 요인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박지현은 강력한 개혁을 밀어부칠 것을 주문하는 개혁 시민들을 강성팬덤이라 폄훼하며 최강욱을 지선의 가장 큰 패인으로 본다. 반면 개혁세력은 대선 패배이후 민주당의 지리멸렬한 태도와 정치경험이 전무한 박지현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우고 느닷없이 가장 개혁적인 최강욱 의원을 짤짤이 파동으로 이미지를 훼손시킨 민주당에 대한 환멸로 기권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명백하게 박지현 효과다. 그녀가 청년이고 성폭력 사건에 강력하게 대응해온 이력은 비판과 비난이 오히려 꼰대처럼 보일까 주저하게 만들어 민주당과 지지자들에게 독으로 작용했다.

각론에 들어가면 할 말은 많지만 큰 틀에서 정리하면 대선 패배는 이낙연 때문이고 지선 패배는 박지현 때문이다. 대선과 지선이라는 정치 빅이벤트가 한두 명으로 좌지우지되는 희한한 경험을 한 것이다. 덕분에 윤석열이 취임 전부터 헛발질에 지지율이 데드크로스에 이르렀음에도 민주당은 무기력하고 시민들은 연일 불안과 공포, 분노에 휩싸여 있다. 윤석열은 최대호재를 맞은 셈이다. 차기 공천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에 여념이 없는 민주당은 선배들이 쌓아온 70여년의 자당 역사 앞에,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시민들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최소한 선거국면에서는 심정적 지지든 비판적 지지든 강력한 개혁을 주문하며 180석이나 몰아준 촛불시민들에게 석고대죄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지금 무슨 짓거리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금은 강력한 개혁을 표방하며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세력이 당 지도부를 장악해야 한다는 것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번에 민주당이 내부정리에 실패한다면 다음 총선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민주화 역사 전체를 송두리째 전소시키게 될 것이다. 국내 정치는 MB때 그랬듯이 시민들이 괴로워서 그렇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떻게든 복구할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최대성과인 외교는 다르다. 이는 10년으로도 회복 불가할 수 있고 어쩌면 지휘권을 위임받은 뱀꼬리가 불구덩이로 몸통을 끌고 들어가는 것처럼 눈뜨고 화형당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미국과 일본의 꼬붕으로 되돌아가는 건 생각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다.

민주당은 당내 외교 특위를 만들든 전문가집단을 통해 조직적으로 이슈파이팅을 하든 대안을 만들고 강력하게 견제해야 한다. 윤석열과 김건희가 연일 국가를 수치스럽게 만들며 잠 못들게 만드는 이 정국을 누가 일사분란하게 지휘해 갈 것인가. 이재명이 당대표가 되면 가능한가. 이재명은 세일러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180석을 갖고도 하지 못한 개혁을 천하의 이재명이라도 윤석열 정부 하에서 할 수 있다고 낙관하지 않는다.

현재 민주당 170여석 중 다수파가 이낙연계다. 이낙연이 국무총리를 할 때나 당대표가 되었을 때 180석을 갖고도 개혁에 실패한 것은 근본적으로 그는 개혁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당대표가 되면 이낙연계 의원들은 사사건건 태클을 걸어 그의 리더십을 방해하고 내부 갈등을 부추겨 극심한 내분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그들은 대장동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지 않은가. 결국 국민들은 민주당에 더 환멸할 것이고 다음 총선의 참패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물이 들어오는 때다. 저들은 헛발질로 매일 큰물을 들여보내고 있는데 민주당 박지현파는 강에 배를 띄우지도 노를 저을 생각도 없다. 민주당이 친이재명과 반이재명, 개혁과 반개혁으로 갈라져 내홍에 휩싸이고 박지현의 한마디 한마디를 언론이 확대재생산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과연 이재명만이 답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대표가 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당대표가 되어 개혁을 주도하고 차기 총선에서 개혁적인 인물들을 전진배치하는 게 목적이라면 말이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이재명이 당대표로 출마하면 그때부터 내부적으로 물어뜯기가 극에 달할 것이며 우여곡절 끝에 당원들에 의해 선출된다고 해도 내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을 버리고 새로운 진용을 짜자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신당 창당이 그렇게 간단한 일도 아니고 아무리 망해가는 집안이라고 해도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윤가정부를 대적해야 하는 지금은 구관이 명관인 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유일한 해법은 추미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차기 대권과 무관한 사람, 선당후사의 정신, 김대중 정신으로 민주당을 개혁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사람, 강력한 카리스마와 동시에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사람, 추미애. 경선 때 이재명-추미애 시너지 효과를 기억하는가. 추미애는 경선 과정에서도 원팀 정신을 잃지 않았고 경선이 끝나자마자 사회대전환위원장을 맡아 차기 정부의 정책적 방향의 밑그림을 그렸다.

또 추미애의 시민캠프는 경선이 끝나자마자 이재명 캠프에 합류해 온몸을 던졌다. 지지자들이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동력을 바로 전이시킬 수 있느냐 아니냐는 전적으로 해당 정치인에 달려있다. 이낙연 캠프와 추미애 캠프가 걸어간 길이 어땠는지를 보면 이낙연과 추미애가 보인다.

추미애만큼 민주당이라는 정체성과 실력을 갖춘 인물이 또 있는가. 그녀만큼 강단있게 개혁을 추진해낼 배짱과 뚝심을 가진 인물이 있는가. 작금의 건곤일척의 위기에 그녀만큼 민주당을 리드해나갈 인물은 없어 보인다. 당대표는 무조건 이재명을 고집하며 이재명에게만 집착하는 것을 냉철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이재명은 비대위원으로 추천된 박지현을 비대위원장으로 삼고초려한 인물로 이미 데미지를 입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라도 현재 민주당의 구도에 이재명 카드는 자칫 내분으로 동력을 떨어뜨리고 시간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 못하다.

대선이 끝난 지 이제 겨우 백일이 지났다. 윤정부를 견제할 기회로 다음 총선이 남아있다. 남은 기간을 내분에 휩싸이며 시민들에게 개혁에 대한 좌절과 정치혐오를 줄 것인가 아니면 다시금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것인가 아니, 외교든 국방이든 국내정치든 윤가 정부가 불구덩이로 국가를 밀어넣으며 아직도 핏빛이 가시지 않은 민주화의 역사를 짓밟는 것을 두눈 뜨고 바라만 볼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추미애라면 처럼회의 개혁적인 초선의원들을 앞세워 계파를 부활시켜 끼리끼리 정치질을 하는 이낙연계를 제압하고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앞으로 2년간 잘하면 탄핵이 가능한 200석도 바라볼 수 있다. 물이 들어오는데 배를 부수고 나만 잘살겠다는 무리에게 헤게모니가 넘어가는 것을 지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열 두 척으로 200척 배를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은 차기 민주당 당대표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목숨걸고 촛불시민이 명령한 지상과제인 개혁을 추진할 처럼회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최강욱, 김용민, 이수진, 박주민, 김의겸, 강민정, 이탄희, 황운하, 이재명 등등의 의원들은 다들 일당 백인 장수들이다. 지금이야말로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 했던 이순신의 지략과 배짱, 추진력이 필요하다.

추미애여 응답하라!!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가기

By 강미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