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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좀 도와줘, 노무현 대통령의 자전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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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좀 도와줘, 노무현 대통령의 자전적 에세이
  • 딴지 USA
  • 승인 2021.09.07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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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좀 도와줘, 노무현 대통령의 자전적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는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유일한 자전적 에세이를 모은 1994년 책입니다.

한 때 절판됐다가 최근 다른 출판사에서 다시 나왔습니다(사진은 1994년판).

책을 처음 읽는 독자들은 노 대통령의 젊은 시절에 대해 아리송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가난에 찌들어 아무 생각 없이 남에게 해를 가하기도 하고, 성질을 있는대로 부리기도 하는 경상도 사나이의 모습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철이 들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판사로 임관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변호사 개업을 하고, 큰 돈을 벌게 되는 평범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지만, 공안사건 변론에 참여하게 되면서 인생관이 바뀌고, 그 과정에서 판사 임관이 좌절된 문재인 변호사를 만나면서 전혀 다른 인생관을 펼쳐내게 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정계 입문 후에도 수시로 보스를 만나 격려금조의 돈 봉투를 받는 관행이 솔직하게 그려져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가장 큰 유산은, 기존 문법과 이해타산에 좌우되지 않고 옳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는 뚝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언론중재법' 통과가 지연되는 틈을 타 정철승 변호사님이 하지 않은 말을 교묘히 지면에 넣어 편집하는 등 촌스러운 구태를 되풀이한 매체가, 고기잡이 배만큼의 크기도 되지 않은 물체를 '호화요트'라고 선동했을 때 이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기 시작한 것도 노 대통령님이 처음입니다.

자신이 도덕군자라도 되는 것처럼 사소한 트집으로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하는 매체와 달리 노 대통령님은 솔직함과 진정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능력이 있었는데, 이 책이 그러한 노 대통령님의 장점을 모두 보여주는 저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체에 한 줄이라도 더 이름을 내고자 타협하고 연명하는 분들과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 서거 후 저자를 노무현으로 해서 많은 책이 새로 나왔지만, 완성도나 진실성 면에서 이 책이 유일한 자전적 작품이라고 평가할 만합니다.

개인적으로, 노 대통령님이 기존 문법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가 독학을 통한 통찰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타인으로부터 정답을 강요받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방법이야말로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자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가 깨어나려면 알을 파괴해야 하고,

알을 파괴하면 하나의 세계가 무너집니다.

새는 하나의 세계를 무너뜨려야만 날아갈 수 있습니다.

새가 날아가지 못하게 겹겹이 쌓아놓은 알 껍질을 깬 첫 번째 선구자인 노무현 대통령님의 도전과 실천 정신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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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혜원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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