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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의 '진정성 쑈'.. 의원직 사퇴로 덮으려다 덜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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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의 '진정성 쑈'.. 의원직 사퇴로 덮으려다 덜컥
  • 딴지 USA
  • 승인 2021.09.0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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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이 오늘 추가로 스스로를 공수처에 '수사의뢰'한다고 밝혔다는군요. 의원직을 사퇴한다면서 덮으려던 것이 일파만파 의혹이 터져나오자, '외형상' 더한 강수를 던진 거죠.

그런데 이 '수사의뢰', 수사에서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형사소송법에는 '수사의뢰'라는 절차가 없습니다. 다만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등에서는 선관위가 법 위반 사실을 인지했을 때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는데요.

고발이 형소법상 규정된 절차인 것을 상기하면, 당장 이것만 봐도 '수사의뢰'라는 것은 고발보다 엄격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형소법상 절차가 정의되어 있지 않은 행위이다보니, 공수처든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기관이 임의적으로 대충 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으로선 고발사건이나 고소사건처럼 관련 규정이 있는 절차가 아니다보니, 정식 수사가 아닌 내사로 취급하게 되죠. 심지어 형소법은 물론 다른 법에도, 개인(혹은 국회의원)이 '수사의뢰'라는 것을 했을 때에 대해서는 어떤 규정도 없습니다.

실제로 개인이나 임의단체 등에서 '수사의뢰'를 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는 진정이나 탄원으로 취급해서 내사를 해볼 뿐, 바로 정식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수사기관이 극히 임의적으로 대충 넘길 수 있습니다.

정식 수사가 아니면 아무래도 외력이 작용할 여지도 그만큼 더 커지죠. 제1야당과 언론보도들이 윤희숙을 싸고 돌면, 정식 사건이 아닌데 수사기관이 무리해서 정식 수사로 전환하고 싶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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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윤희숙이 연거푸 벌이고 있는 건 진정성 있는 호소가 아니라 '진정성 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셀프 수사의뢰인데, 공수처든 경찰이든 윤희숙은 수사의뢰 대신 본인과 아버지, 제부에 대해 셀프 고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혹 절차상 윤희숙 본인에 대해서는 고발 접수가 안된다고 해도, 아버지와 제부라도 고발할 수 있었죠. 그런데도 굳이 수사기관에는 관련 규정조차도 없고, 그마저도 개인에겐 아무런 법률적 근거조차도 없는 '수사의뢰'라는 걸 한 거죠.

이쯤 되면 감이 오지 않습니까. 코너에 몰린 윤희숙이 과감한 베팅을 던져본 거죠. 최대한 '충격적인' 기사꺼리를 던져줌으로써 언론 기자들에게 우호적인 보도들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거죠.

언론 보도들로 인한 여론 향배가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흘러가면, 내사에 불과한 수사의뢰의 결과가 '윤희숙일가'에게 불리하게 나오지는 않을 수 있다는 모험을 걸어본 걸로 보입니다.

어차피 이런 종류의 정치인 부패 의혹은, 수사기관의 의지에 따라 의혹이 밝혀지기도 대충 덮여지기도 하니까요. 정식 수사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여론의 압도적 옹호를 받는 정치인을 내사 단계에서 굳이 자금 출처와 주변을 탈탈 털어볼 이유가 없습니다.

윤희숙씨 머리 잘 쓰셨어요. 짝짝짝. 이게 다, 국민들이 고소와 고발, 수사의뢰의 의미를 명확히 구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노린 것 아니겠습니까. 다수 국민들의 수준에 맞춰 야바위를 치는 혜안을 가지셨네요.

그러고보니, 대담하게도 소유한 주택이 2채나 되는 다주택자였으면서 당장 지역구 출마용 집이 전세라는 명목으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며 기만쑈를 벌였던 바로 그 사람이라는 걸 다시 상기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말장난 베팅을 불과 1년만에 또 던진 겁니다. 이번엔 그렇게 쉽게 안넘어가죠. 불과 1년전 임차인이라는 말에 홀라당 속아넘어갔던 불쾌한 기억을 가진 국민들이 부지기수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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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당 정치인들이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고 해서, 자신이 무혐의 나면 다 사퇴하고 떠나라고 요구한 것도 웃깁니다. 당장 여당 정치인들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의혹 주장을 쏟아내고 무혐의 처분 이후에도 입 싹 닫고 있는 국힘당 동료 의원님들부터 챙겨보시고요.

게다가 윤희숙씨가 평소 얼마나 도박을 좋아하셨으면 "내가 내맘대로 올인 했으니 당신들도 판돈 다 걸어!"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도박판에서조차도 그런 행위는 스스로 극단의 코너에 몰렸을 때에나 하는 짓이고요. 사지에 몰렸다고 스스로 시인하는 행위라고요. 최후의 블러핑.

게다가 거기는 도박판이 아닌 국민들이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국회입니다. 어디서 굴러먹던 버릇을 어디서 하고 있습니까? 정치를 고스톱 판에서 배우고 의원직을 고스톱 쳐서 땄습니까? 혹시 국힘당의 총선 공천이 그런 시스템이었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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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수사의뢰'라고 해도, 왜 할 필요 없는 수사의뢰를 스스로 했는지 의문을 표하는 의견이 있어서, 추가로 보충 설명을 덧붙입니다.

사실은 윤희숙을 포함 13명은 이미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수사의뢰된 상태입니다. 권익위가 지난 23일 명단 발표와 동시에 합수본에 송부했죠. 이 합수본은 지난 3월에 당시 정세균 총리가 국수본 본부장에게 설치를 지시한 것으로, 국수본 외에 국세청, 금융위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윤희숙은 이미 합수본에 수사의뢰 되어 있는 자신의 일가 건을, 공수처에 다시 수사의뢰 하는 쑈를 벌인 겁니다. 공수처는 직권으로 경찰이 진행중인 사건을 가져갈 수 있죠.

특히 공수처는 아시다시피 적은 인력에 비해 많은 사건들이 쏟아져 수사적체 상황이죠. 내사라도 언제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게다가, 어제 오늘 사이 추가 의혹들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어서, 내사로 처리될 수사의뢰를 넘어 고발로 넘어갈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오늘 오후 양태정 변호사란 분이 윤희숙과 그의 제부를 고발했습니다.

여기다 수일 사이 추가 의혹이 터지면 고발도 추가로 더 접수될테죠. 사퇴쑈를 벌인지 불과 하루 사이에 반전 의혹들이 터져나온 상황인데, 머리 좋은 윤희숙이 자신에 대한 고발 행진이 이어질 것을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윤희숙 입장에서는 공수처가 윤희숙 일가 건을 오래오래 붙잡고 있다가 혹시라도 업무 과부하로 내사종결 처리하면 베스트이고, 또 어차피 수사로 전환된다고 해도 의혹이 집중되는 지금보단 몇달이라도 이후로 밀려서 조용히 수사되면 그것도 와이낫이죠.

이렇게 머리를 참 잘 굴리는 탁월한 인재이다보니, 이준석 대표가 윤희숙의 두손을 맞잡고 눈물까지 흘리며 아쉬워했나 봅니다. 잔머리 인재가 잔머리 인재를 알아보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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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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