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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창, '짖'중권의 '선택적 분노' 비판.. 확연한 품격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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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창, '짖'중권의 '선택적 분노' 비판.. 확연한 품격의 차이
  • 딴지 USA
  • 승인 2020.01.1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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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선생님 보세요

추미애 장관님이 검찰 인사조치한 것을 보고 화가 많이 나셨죠? 공감이 됩니다. 저도 권력형 비리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시기라, 시기와 방법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 정치하는 사람들은 나와는 사고구조가 좀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분노에 일정부분 동의합니다. 이런 저보고 아마도 또 기회주의자라고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선생님이 희생양이라고 하는 그 분들이 한 짓은 눈에 안보이는 모양입니다. 멀쩡히 집에 있다가 자살한 친구의 유서를 대신 써줬다고 잡아들여 수십년간 옥살이를 시키고도 사과 한마디 없어요. 성폭행을 당했다고 피해자가 직접 말하고 전 국민이 누가 한 짓인지 뻔히 비디오를 봤는데도 증거가 없다고, 자기 편이라고 풀어줘요. 한 여고생의 10년전 생기부 전체를 탈탈 털고 심지어는 그 때 성적을 전 국민 앞에 공개해 조롱해요. 화가 안나십니까? 선택적으로 화가 나시는 분이라 이건 그래도 된다는 생각이신가요? 그래도 된다고 칩시다. 선생님 말씀대로 더 깨끗한 나라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분노하지 맙시다. 그런데 그분들을 수십년 옥살이를 시킨 것도 아니고, 성폭행을 한 것도 아니고, 신상털이 한 것도 아니고 그 권력이 너무 막대해서, 고작 인사이동 조치를 한 것에 대해서는 화가 치솟습니까? 그리고 전 국민이 분노해야할 일인가요?

제가 진중권 선생님을 존경한 것은, 힘없고 약한 마이너리티의 입장에 서서 거침없이 그들을 대변해주던 몇 안되는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재용씨 점심 한끼 못 먹은 것에 ‘전국민 굶겨죽인다’고 분노하는 분이 되셨습니까?

저는 이번 일로 이쪽 저쪽에서 하도 욕을 얻어먹어서 한동안 조국문제는 관심 끊고 지냈는데, 선생님이 하도 강하게 ‘11개 혐의’를 이야기해서 엊그제 처음으로 조국교수의 공소장을 봤어요. 입시관련 죄명이 대부분 ‘업무방해’인데, 그게 고2 담임선생님, 고3 담임선생님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거예요.(법을 전혀 모르지만 담임선생님 업무방해는 참 신선한 범죄같아요) 교무실에 가서 깽판을 친 것도 아니고, 성적을 조작한 것도 아니고, 생기부에 봉사활동, 인턴활동 제대로 안 적어서 그 선생님들 업무를 방해했다는 거예요. 내가 검사라면 장담컨대 대한민국 학부모 전원을 구속시킬 수 있어요. 이대로라면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학생 전원을 구속시키고 (아니 정확히는 그 부모들을) 서울대학교를 ‘서울교도소’로 만들 자신이 있어요. 수십명의 특수부 검사가 5개월동안 조사한 게 고작 이런 것들이예요. 이건 권력형 비리 조사라 당연한 것이고, 그 사람들 파면시킨 것도 아닌, 고작 인사 이동한 것은 ‘죽일놈들’이 한, 전 국민이 분노할 일입니까?

저는 언제나 약자의 편에서, 약자를 지키는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매주 만날 때마다 설레었고, 선생님이 쓰신 책을 들고 가서 싸인을 받고 즐거워했습니다. 서울대 미학과를 지원하려는 학생이 있으면 저는 언제나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라고 자랑을 했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제일 먼저 한 말이 “아마도 까간의 미학강의(선생님의 번역서)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읽은 사람일 겁니다”라고 소개를 했던 기억도 납니다. (번역이 좀 덜되어서이기도 합니다. 농담)

그런데 이제는 그 때의 진중권은 보이지 않고 짖중권만 보입니다. (오타아님) 사람 말을 못 알아들으니, 형태만 같으면 다 똑같다고, 도둑이라고 짖는 개와 다름없어 보입니다. 정유라와 조국딸이 같고, 네오나찌와 서초동 국민이 같고, 일베와 좌좀이 같다고, 이번에도 인사이동이 다른 정권이 한 짓과 똑같다고 비난하더군요. 내용에 대한 비판은 없어요. 형태로만 보면 사일구도 네오 나찌고, 프랑스혁명도 집단광기입니다. 사리분별력이 없으니 형태만 보고 그저 똑같다고 짖을 수밖에요.
그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해도 선생님의 속뜻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기대를 내려놓겠습니다. 다만 당신의 목에 걸려있는 그 목줄을 쥐게 될 주인이 ‘보수언론’이 아니라 ‘더 깨끗한 주인’이었으면 하는 바람밖에는 없습니다. 비록 지금은 ‘보수 언론’이 그 짓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고는 있지만.

ps. 저는 이제 더이상 페이스북에 이런 공개적인 글 안 쓸 겁니다. 전화번호 안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개인적으로 연락주세요. 공개토론도 그때 조용히 다녀오겠습니다. 저는 조국사태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보자는 것이지, 진중권씨의 ‘화려한 이벤트’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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