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영화 리뷰
어쩌다 로맨스
 회원_995934
 2020-06-11 09:42:18  |   조회: 151
첨부파일 : -

건축가 나탈리(레벨 윌슨)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공간을 캐치하는 섬세함을 지니고 있지만, 정작 건축가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한다. 그래도 자신의 조수 휘트니, 동료 조쉬(아담 드바인)와 함께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 지하철에서 강도의 습격을 받은 나탈리는 몸싸움 과정에서 기둥에 부딪히고 정신을 잃는다. 잠시 후 병원에서 일어난 그녀는 자신에게 한없이 친절한 멋진 의사를 보고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나탈리는 다양한 시도를 거치면서 이것이 PG-13 등급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지독하게 싫어한 여인이 어쩌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어쩌다 로맨스'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기발한 영화이다. 이 영화의 한국 제목은 '어쩌다 로맨스', 영어 제목은 'Isn't It Romantic(이즌트 잇 로맨틱)'이다. 제목부터 이 영화의 로맨스가 의도되지 않고, 이것이 낭만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뜻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제목은 영화의 이야기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싫은 이유를 몇 시간 동안 말할 수 있는 주인공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 속에 갇혔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물론, 단순하게 생각해서 이것이 '갇혔다'라는 표현을 쓰기엔 부적절해 보이지만,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해당 장르를 끔찍하게 싫어했다. 그러니 그녀에게 이 고통은 두말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어쩌다 로맨스'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전형적인 설정과 장치를 모두 넣었지만, 그것이 뻔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자신을 좋아하는 멋진 남자가 운명이 우리를 만나게 했다는 말을 해도, 나탈리는 당신이 이곳에서 보자고 했으니 만난 것이라고 대답한다. 여기에 노래하면 주변에서 호흡을 맞춰서 함께 춤까지 추는 것, 중요한 일을 앞두고 뛰어갈 때 슬로우모션으로 장면이 그려지는 것에 대해서 주인공은 다른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인다. 그만큼 '어쩌다 로맨스'는 해당 장르의 전형적인 클리셰로 범벅되어 있지만, 어딘가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영화이다.

 

 

 

 

# 클리셰 범벅? 평범하던 여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 주인공이 되다!

 

'어쩌다 로맨스'는 하루아침에 핑크빛으로 바뀐 세상, 멋진 억만장자와 데이트를 하게 된 나탈리의 이야기이다. 그녀가 칙칙했던 현실에서 난데없이 로맨틱 코미디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겪는 일들이다. 나탈리는 단순히 일상에 치이던 인물에서 더 나아가 로맨틱 코미디 영화 자체를 싫어하던 인물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의 말과 행동을 통해 웃음 포인트들을 만들어낸다.

정신을 잃었던 나탈리가 깨어난 도시는 분명 익숙한 곳이지만, 어딘가 낯설다. 시끄러운 소리가 가득하던 도로는 친절한 사람들의 행동과 꽃향기로 가득하다. 보잘것없을 정도로 평범했던 집은 벽지부터 가구, 그리고 크기까지 모두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느낌으로) 바뀌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것이 끔찍한 꿈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로맨틱 코미디를 싫어하던 사람이니 이러한 상황은 그저 말도 안 되는 악몽일 뿐인 것이다.

자신을 무시하던 직장 동료들은 이제 그녀를 좋아하고, 반대로 현실의 친구인 휘트니는 자신을 미워하는 상황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나탈리는 이것이 그저 영화 같은 상황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자신을 적대시하는 휘트니에게 “우린 이럴 필요 없어”라며 자신만의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지 않을 것이다. 영화의 초반, 나탈리는 자신의 친구인 휘트니에게 몇 시간에 걸쳐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싫은 이유를 내뱉었다. 그러니, 그녀는 정말 영화 같은 상황에 빠지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간다.

여기에 백마 탄 왕자로 등장하는 블레이크가 '신묘한 매력'을 운운하며 자신에게 접근해도, 나탈리는 자신만의 태도를 취한다. 위기에 빠진 자신을 구하러 온 남자에게도 이럴 줄 알았다는 태도로 일관, 남자의 사랑을 즐기는 것보다 악몽에서 빠져나가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즉, '어쩌다 로맨스'는 그렇게 클리셰 범벅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그려지지만, 한 명의 캐릭터를 통해서 이전에 만나볼 수 있었던 장르를 비틀어버리는 신선함을 지녔다.

 

 

# 그렇게 선사하는 'PG-13 등급' 설정의 코미디

독특하게도 '어쩌다 로맨스'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세상은 등급까지 제대로 설정되어 있다. 바로 PG-13 등급이다. 이는 '부모 지도 요망(Parental Guidance)' 수준의 등급으로, 부분적 13세 미만 부적합 정도라 사실상 청소년들이 만나도 큰 문제 없을 정도의 영화 등급이다. 이러한 설정 때문에 영화에서는 욕설이 주변 소리로 대체되어 관객들이 들을 수 없게끔 그려지며, 높은 수위의 애정씬 또한 그려지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해간다.

이 과정에서 욕을 내뱉고 싶을 정도로 답답해하지만, 나탈리는 속 시원하게 욕을 내뱉을 수 없다. 여기에 수위 높은 애정씬이 등장할 타이밍에도 PG-13 등급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즉, 애정씬을 보여주지 않고 시간을 옮겨버리는데, 영화는 이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의 색다른 행동을 통해 웃을 수밖에 없는 매력을 보여준다.

그렇게 이 영화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여 관객을 웃게 만든다. 유명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등장하는 장면들을 PG-13 등급의 로맨스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과 이에 반응하는 캐릭터 '나탈리'를 통해 웃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쩌다 로맨스'는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색다른 캐릭터를 통해 다른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가 있는 영화이다.

 

 

# 레벨 윌슨이 영화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영화

'어쩌다 로맨스'는 분명 평범하게 느껴지는 소재를 다룬 영화이다. 하지만 9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나탈리'라는 캐릭터 덕분이다. 이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싫어한다는 설정의 이 캐릭터가 해당 장르의 설정들을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색다르게 다루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레벨 윌슨'이 자신만의 매력을 발휘한 것이 아닐까 싶다.

레벨 윌슨은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의 '틸리'를 통해 엉뚱한 로맨스를 보여주었고, '피치 퍼펙트' 시리즈의 '팻 에이미'를 통해 털털한 매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어쩌다 로맨스'는 레벨 윌슨이 여태까지 보여준 매력들을 더욱 진한 농도로 섞어낸 캐릭터 '나탈리'가 돋보이는 영화이다. 그만큼 레벨 윌슨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통해서 나탈리의 생각과 성격, 그리고 색다른 매력을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 뻔한 로맨스로 끝나지 않아, 인물의 변화를 바라보는 재미를 더하다.

 

'어쩌다 로맨스'는 작년에 개봉하여 관객들을 만난 에이미 슈머 주연의 영화 '아이 필 프리티'와 닮은 듯한 매력을 선보인다.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속담이 있듯, 어떻게 진행되더라도 결국 로맨스로 마무리되었던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결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제대로 건네지 못했던 주인공이 많은 것을 깨닫는 결말은 자칫 평범한 마무리가 될 뻔했지만,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도 로맨스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즉, 이 영화는 분명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엔딩 장면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뻔하디뻔한 로맨스의 결말을 맞이하지 않는다. 다만, 결말부에서 주인공이 깨닫는 전개는 급하게 진행되는 편인데, 이는 88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전개하고 메시지를 던지는 점을 생각하면 눈감아줄 수 있을 정도다. 빠른 속도로 주인공이 깨달아가는 과정을 결말에 몰아서 보여주지만, 그것이 이 영화를 피해야 할 단점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집에서 가볍게 즐길 영화를 찾는다면 추천할 수 있는 영화 '어쩌다 로맨스'. 88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심각하지 않은 이야기를 즐기기엔 영화적인 설정들이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어쩌다 로맨스'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싫어하던 여자가 사고를 겪은 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설정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깨어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클리셰 가득한 설정들과 배경, 이야기는 다른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과 별다를 것 없는 영화가 되기에 충분하지만, 레벨 윌슨의 '나탈리'라는 캐릭터는 모든 장면에서 뻔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어 매력을 선보인다. 로맨스보다는 코미디가 강하고, 그 과정에서 흘러가는 결말 또한 나쁘지 않다. 즉, '어쩌다 로맨스'는 짧은 시간 동안 로맨틱 코미디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설정들을 비틀어내는 이 영화만의 매력을 제대로 선보인다.

2020-06-11 09:42:18
98.149.115.22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10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Best 영화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