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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 코로나 바이러스 단상
 회원_295832
 2020-02-12 15:01:23  |   조회: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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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지금 난리가 났지만 중국은 국가재난 사태에 해당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호북성, 광동성, 절강성은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수준이다.

대책은 집에서 자가격리 하면서 바이러스가 자연소멸 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 말고 없어 보인다.

2.
마오쩌뚱 시대에 중국은 ‘이동의 자유’가 없었다. 그래서 대체로 태어난 고장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덩샤오핑 시대까지 (인식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지금 상황이 유사해 보인다. 현 상황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정말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시도하지 않는다.

3.
춘절 연휴를 위해 고향에 간 엄청난 수의 노동자들이 현재 업무로 복귀를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상당 수 도시를 봉쇄했기 때문이다.

일용직 서비스 노동자들의 경우 이 상황이 지속되면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먹을 것이 없어서 죽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그들에게는 바이러스와 생계의 고통이 동시에 가중되고 있다.

대도시 봉쇄의 이유는 약간씩 다른데 우한을 포함한 호북성 도시들은 바이러스가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고 항조우, 수조우 같은 도시들은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광조우를 포함한 광동성은 두 가지 모두 해당된다.

상하이는 완전 봉쇄는 아니지만 준 봉쇄 상황으로 도로에 대한 통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상하이의 경우도 나가는 것보다 들어오는 것을 더 막는다.

4.
우한의 바이러스가 처음 보고 된 것이 작년 연말… 일단 방역의 골든타임은 놓쳤다. 그리고 1월 첫 주부터 바이러스의 전이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때부터 의료, 방역 전문가들은 우한을 통째로 봉쇄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 뉴스를 보고 내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바이러스에 대한 심각성보다는 “인구 1.1천만의 대도시를 어떻게 봉쇄한다는 것일까? 그 안에 있는 시민들은 어쩌란 말이고?’라는 인도주의적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부에서 생존할 수 있는 대책을 정부가 제공하지 않고 봉쇄를 하는 것은 '야만 적이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5.
그런데 전문가들의 그런 언급이 있자 우한과 호북성 주민들은 상당수가 빠른 속도로 외부지역으로 빠져 나갔다. 마침 춘절 연휴를 앞두고 있으니 빠져 나가기에 좋은 명분도 있었다.

이 숫자가 수백만 명의 단위라고 알려져 있다. 일례로 우한에 대학생이 120만 명이 있는데 이 중 절반이 넘게 고향이나 타 지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춘절 연휴가 시작될 무렵 우한은 전격 봉쇄되었다.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주변 호북성에 11개 도시도 추가 봉쇄가 되었고 지금은 호북성 전체가 봉쇄 되었다.

6.
여기서부터 국가적인 비극이고, 나도 여러가지 화두에 고민을 시작했다.

“별일 없을 것이다. 그냥 살고 있던 터전에 있으면 방역이 잘 될 것이니 정부를 믿고 안심하고 있어라”는 정부의 말을 믿었던 사람들은 지금 우한 및 호북성에 갇혀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의 지원도 받지 못하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 그 바이러스가 그저 자신을 피해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자신과 가족의 삶을 운에 맡긴다는 것은 매우 비참한 일이다.

7.
반면 정부의 말을 듣지 않고 빠져 나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지금 대다수가 생존해 있고 안정적인 의료서비스 지원과 식료 공급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중국 전역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을 포함한 해외 국가들까지 말이다.

그들은 생존했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안심을 하고 있지만 대신 민폐 덩어리가 되었다. 상하이 전역에서는 우한 혹은 호북성 출신의 호구(호적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지금 색출하다시피 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회사에도 건물 관리인에게 공문이 왔다. 아마 다른 대도시도 비슷할 것이다.

8.
정부의 말을 들었으면 내가 죽는 것이고 정부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나는 살지만 바이러스를 전파 시키는 민폐 덩어리가 되는 상황…

이 화두는 내가 갇혀있는 주민인지 혹은 외부 주민인지 여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겠지만 전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방역을 통제해야 할 정부와 지도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화두 또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9.
“전체를 위해서 소수가 희생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따위의 단순무지한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다.

나 또한 언제든 소수가 될 수 있는 것이고, 소수가 쉽게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이 당연한 시스템이라면 애초에 '각자도생'을 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새삼 정부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하게 깨달았다.

10.
애초에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만들어진 매뉴얼은 있을 것이고 그것에 따라 대응했다면 이렇게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지도자 혹은 고위층의 정치적 입장이 재난대비 매뉴얼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가 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물론 최초에는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별 문제 없이 지나갔다면 칭찬도 받았을 것이다.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우선 순위로 지도자가 판단 하는지에 따라 준비된 매뉴얼이 가동되는지 혹은 무용지물이 되는지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관료들은 대부분 똑똑하고 엘리트들이라 해야 할 일들은 제대로 처리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11.
아픈 기억이지만 문득 세월호가 생각난다.

배 안에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를 지켜라. 그러면 구조해 준다”는 방송을 해 주었다. 그 말을 믿고 있던 아이들은 배를 빠져 나오지 않고 구조를 기다리다가 죽어갔다. 슬프고 분노할 일이다. 일부 그 말을 듣지 않고 물로 뛰어든 아이 몇은 도리어 구조가 되었다.

12
이런 상황에도 구조를 해야 할 해경은 VIP가 언제 오는지? 심기가 불편한지? 의전은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세월호는 분명한 인재다.

제대로 구조를 못한 해경도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위급상황에서 구조의 매뉴얼보다 의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또한 그 분위기는 절대적으로 지도자에게 달려 있다.

13.
강원도 산불이 났을 때 현장에 간 이낙연 총리가 했던 말도 떠오른다.

“나는 알아서 현장을 보고 갈테니 내 의전을 챙기느라 지금 급하게 일을 해야 할 공무원들을 절대 동원하지 마라”

KTX 플랫폼 안까지 관용차를 끌고 들어가는 의전왕 황교안이 총리였던 시절에 이런 재난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기 싫다.

14.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면 철저한 통제국가답게 한국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음에도 광대한 영토와 세계 최고의 인구는 당분간 바이러스 확진자를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2월 까지는 사실상 휴무, 휴교가 이어지겠지만 3월이 중대한 고비가 될 것 같다. 부디 3월 안에는 해결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우한에 갇혀있는 주민들이다. 우리 정부에서 3차 전세기를 보내서 중국 국적의 가족들까지도 구조해 오기로 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약간의 위로가 된다.

아울러 일본 크루즈에 갖혀 있는 한국인들도 정부가 나서는 방향을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15.
좀 다른 이야기지만 일본 크루즈에 확진자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늘어나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일본을 보면 또 다른 의미에서 비슷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준비된 매뉴얼에는 완벽하게 대응하는 일본의 관료들이 매뉴얼에 없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역시 지도자의 자질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런 일이 한국에서 발생했다면 그리고 지금 문재인 정부라면 임시거처를 만들고 제공해서라도 우선 치료를 하는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물론 자유한국당과 혐오마케팅을 하는 언론은 난리법석을 떨겠지만 그래도 방법을 찾을 것이다.

반면 일본은 배 안에 승객들에게 전달해야 할 개인 의약품조차 통관 상의 이슈로 막고 있다고 하니…

16.
이왕 여러가지 화두를 가지고 쓴 글이니 결론까지 가 보자.

만약 나와 내 가족이 어떤 재난 상황에 닥치게 되었는데 정부의 지시에 따를 것인지 혹은 나의 판단에 의지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면 나는 다음과 같이 행동할 것이다.

정부의 신뢰할만한 지도자의 지시라면 그 통제에 따르겠다.

하지만 지도자가 능력도 없고, 국민의 인권보다 정치적 입장이나 의전을 신경 쓰는 부류라면 차라리 나 스스로를 믿는 ‘각자도생’을 택하겠다.

 

출처:https://www.facebook.com/dooil.kim/posts/10216522467276878

2020-02-12 15:01:23
98.149.115.245

회원_383023 2020-02-12 15:01:37
랴오닝성도 여전히 통제 상태인 것 같습니다. 대형 상가 개점을 못하나봐요. 농촌도시에서 간호사 착출해간거보면 의료인력도 많이 부족한 상황인 것 같구요.

회원_864722 2020-02-12 15:01:41
일본크루즈에 갇혀있는 우리국민들이 괘씸하긴하나 이럴때는 당연히 우리국민이 구출?해와야되지않을까요?

회원_109551 2020-02-12 15:01:48
좋은 글입니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고맙습니다^^

회원_715507 2020-02-12 15:02:05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신뢰할 만한 지도자를 믿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 참 다행입니다.

회원_876445 2020-02-12 15:02:12
알리바바는 다음주부터 사무실 출근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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