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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의원의 악수 뿌리치기, 귀족은 민중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회원_967664
 2019-12-10 11:15:18  |   조회: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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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 대해 깊이 생각할 일이 참 많은데, 뜻밖의 대목에서 새삼 민주주의의 본질을 떠올리게 됐다. 지난달 28일 행정안전부 법안심사 회의에서 바른미래당 소속 권은희 의원이 여순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한 시민의 대화 요청을 뿌리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그 시민은 “의원님 부탁드립니다. 자식을 두고, 두고두고 좋은 일 하는 겁니다. 부탁드립니다”라며 간절한 표정으로 대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아이, 하지 마세요. 왜 이러세요. 진짜”라며 매몰차게 그 손을 뿌리쳤다. 흡사 ‘무언가 더러운 것이 내 몸을 건드렸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선거 때만 되면 권 의원 같은 정치인들은 민중들의 손을 한 번이라도 더 잡아보겠다며 간절한 표정으로 표밭을 누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면 그 사람들은 민중들을 벌레 대하듯 대한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런 태도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귀족정치를 지향하는 자들의 본심이다. 귀족은 민중들을 언제나 아둔한 하급 동물로 취급했다.  

‘천민민주주의’라는 용어 

천민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있다. 학술적으로 인정받은 용어는 아니다. ‘천민자본주의라’는 학술 용어는 있다. 독일의 사회철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가 떼돈을 번 자본가들의 비윤리적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그런데 2002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이회창 씨가 가회동 빌라를 차명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더러운 정쟁이다. 우리나라가 지금 천민민주주의로 가고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이 생소한 용어가 탄생했다. 이후 한국에서 이 용어가 종종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 말을 즐겨 쓰는 자들은 우리나라의 지배자들이다. 이들은 “자격도 없는 개돼지 민중들이 한 표씩이나 행사하는 바람에 나라가 엉망진창이 됐다”는 뜻으로 천민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민주주의는 너무 천박하다. 민주주의 세계에서 사는 현실도 너무 불행하다. 자기들처럼 똑똑한 귀족들이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데 천민들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장하지 말라. 때가 어느 때인데 누가 귀족정치를 운운한단 말이냐?’라는 반론은 너무 안이하다. 2016년 4월 전경련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자유경제원(현 자유기업원)이 개원 19주년 기념토론회를 연 적이 있었다.  

권은희 의원

 

이 자리에서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천민민주주의는 극복될 수 있을까?’라는 글을 발표했다. 이 글에는 천민민주주의에 관한 25명의 다양한 주장이 실려 있었다. 이들의 주장을 잠시 살펴보자.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는 천민이 지배하는 세상이고, 천민이 주인 된 세상이 민주주의다. 그래서 역으로, 민주주의가 지탱되려면 귀족(nobility)이 그 척추를 이루어야 한다. ‘천하고 상스런 떼의 논리’를 막아주는 존재가 귀족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귀족성’이 필요하다.”

보라. 귀족정치 운운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이들은 민중들의 의사표현을 ‘천하고 상스런 떼의 논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귀족성’이 필요하단다. 몇 가지 더 읽어보자.

“무책임한 대중을 천민민주주의의 주원인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대중이 어리석은 민중(愚衆)으로 전락하고 그들이 아무리 천박하고 미개(우리나라에서는 이 단어 잘못 쓰면 큰일 난다)하게 굴더라도 ‘귀족’들이 중심을 잡고 있으면 그 사회는 건재할 수 있다.”

민중들은 천박하고 미개하단다. 반면 자기들을 뜻하는 귀족은 너무 훌륭하단다. 그래서 이들은 이런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귀족은 교양, 상식, 소신, 애국심, 책임감, 비전, 배려 등 천민성과 대조되는 가치들을 체화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엘리트를 말한다. 그들은 정치인일 수도, 관료일 수도, 군인일 수도, 기업인일 수도, 학자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들은 “자유주의를 확산시켜, 천민민주주의를 없애고 민주주의를 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주의에 대한 확실한 지식과 견고한 믿음을 가진 ‘자유주의 시민’이 사회의 주류를 형성해야 한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제 너무나 분명해졌다. 이들의 목적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귀족들로 하여금 민주주의를 ‘통제’하려는 것이다. 

아큐정전(?)에게 한 표를 줘서는 안 된다고? 

아직 놀라기에 이르다. 더 충격적인 대목이 있다. 25명의 글 중에 숭실대 남정욱 문예창작과 겸임교수의 글이 있다. 대학교에서 무려 ‘문예창작’을 가르치는 교수의 수준을 보자.

“말은 아름답다. 백성이, 인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미다. 딱 거기까지다. 취지를 빼고 나면 세상에서 더 이상 한심할 수 없는 게 민주주의다. 특히 1인1표 대의민주주의가 그렇다. … 지능이 매우 뛰어난 상위 0.5%의 목소리는 같은 비율인 하위 0.5% 백치들의 목소리에 의해 사라진다. 평균보다 20% 이상 지성이 뛰어난 사람들의 분포는 25% 정도다. 이들의 의견 역시 같은 비율인 25%를 차지하는, 평균보다 20% 낮은 지성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상쇄된다. 그 결과로 남은 평균적인 지성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승리하게 된다. 어쨌거나 그들은 45% 이상이니까. 이게 1인1표 대의민주주의의 참상이다.” 

보라. 이들은 진심으로 1인1표제를 ‘참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사람 주장 중 진짜 압권은 다음의 이 대목이다.  

“아인슈타인도, 미제스도, 스티븐 호킹도 다 한 표다. 백치 아다다, 벙어리 삼룡이, 아큐정전도 다 한 표다. 이게 정상이냐. 그래서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결국 평균 정치다.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이 눈앞에 있는데 태연하게 후진 것을 골라놓고, 좋은 것을 애써 외면하며 ‘참 잘 골랐네요’ 서로 위안하는 멍청한 짓이 민주주의다.” 

남정욱 씨가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친다고? 혹시 ‘무뇌창작’의 오타 아니냐?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주장은 그의 ‘무뇌’함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 사람의 이야기는 “아인슈타인, 미제스, 스티븐 호킹같이 훌륭한 사람들에게는 수 만 표를 주고, 백치 아다다, 벙어리 삼룡이, 아큐정전같이 아둔한 민중들에게는 표를 제한해야 한다” 뭐 이런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런데 아큐정전은 사람 이름이 아니다. 백치 아다다, 벙어리 삼룡이는 사람 이름인데 아큐정전은 사람 이름이 아니고 ‘아큐(阿Q)에 관한 진짜 이야기’라는 뜻의 소설 제목이다. 즉 주인공은 아큐정전이 아니라 ‘아큐’라는 뜻이다.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트루먼쇼’냐? 트루먼이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 이름이 ‘벤자민버튼의시간은거꾸로간다 씨’이겠냐고? 당연히 벤자민 버튼이지! 작가가 노래 제목을 ‘cyber lover’라고 적었더니 생방송에서 이걸 “씨버 러버”라고 읽었다는 가수 김흥국 씨도 그 정도는 구분하겠다.  

당신 논리대로라면 아큐정전과 아큐도 구분 못하는 당신 같은 사람에게는 투표권을 영원히 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천부인권사상을 지지하고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기에, 당신같이 무식한 인간에게도 한 표를 주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훨씬 많은 표를 줘야 하는 사람들로 아인슈타인, 미제스, 스티븐 호킹을 든 대목에서 진짜 빵 터졌다. 이 셋 중 남 씨 편인 사람은 자유주의 경제학의 대부 격인 루드비히 폰 미제스 한 명뿐이다. 나머지 두 사람은 너네 편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대놓고 사회주의를 지지했던 인물이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 사회주의 잡지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에 ‘왜 사회주의인가?’라는 제목의 글까지 썼고,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무질서야말로 악의 근원이다”라고 질타한 사람이다. 

스티븐 호킹도 자본주의에 매우 비판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2016년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진짜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자본주의다”라는 말로 자본주의가 망칠 미래를 우려한 인물이다.  

남 씨 의견처럼 호킹이나 아인슈타인한테 수만 표를 몰아주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남 씨는 속된 말로 엿 되는 거다. 누가 우리편이고 누가 상대편인지도 구분 못하면서 무슨 문예를 창작한단 말인가?

귀족정치는 민주주의를 증오한다 

천부인권 사상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는 1인1표제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귀족정치 지지자들은 1인1표제를 혐오하고 1원1표제, 즉 가진 돈만큼 정치적 권한을 갖는 세상을 이상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꿈은 1원1표제를 향해있는데 현실이 1인1표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이들조차 선거철이 되면 민중들에게 고개를 굽실거려야 한다. 이게 그들에게 얼마나 고역이겠나? 귀족이 개돼지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판이니 말이다.  

그래서 선거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본심이 튀어나온다. 손을 잡아주기를 간청하는 민중들 면전에 “이러지 마세요. 왜 이러세요”라며 경멸하는 표정을 짓는 이유다.

자유경제원의 사고는 전경련과 한국 재벌들, 지배계급의 생각을 대변한다. 당연히 그들의 지지를 등에 입은 보수 야당의 사고이기도 하다. 이런 자들에게는 일말의 동정도 필요하지 않다.

선거 때만 민중들에게 고개를 숙이다가, 권력자의 위치에 오르면 민중을 벌레 취급하는 1원1표제 지지자들에게 내어줄 공간은 한 평도 없다. 그것이 이 소중한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던진 수많은 열사들의 후손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출처: https://www.vop.co.kr/A00001452535.html?fbclid=IwAR2Zp15XNH4Z11vulkFXMrqlbaOPbAekakMYTCwhjjfvElNYh1MdY33A148

 

2019-12-10 11:15:18
98.149.115.245

회원_363523 2019-12-10 11:16:25
저게 진정한 국회의원의 모습이란 말인가

회원_698820 2019-12-10 11:16:48
침통하다. 권력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인데

회원_504773 2019-12-10 11:16:54
ㅉㅉ 다 뽀록낫지 뭐

회원_136395 2019-12-10 11:17:04
에휴... 싹 물갈이 해야

회원_518341 2019-12-10 11:17:10
너무 화가난다.

비회원_970826 2019-12-10 13:33:44
썩을 것

비회원_847354 2019-12-10 13:33:55
하 씨x.... 저런게 국회의원이라고

회원_487035 2019-12-10 13:34:07
저런 년이 도데체 왜 ...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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