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코이노니아
오늘날의 서북청년회
 회원_298140
 2023-02-20 17:18:13  |   조회: 91
첨부파일 : -

한국 현대사에서 개신교가 연루된 대표적인 비극 하나는 '서북청년회'의 활동이다.

해방 이후 북한 지역에서 내려온 청년들로 1947년 11월 30일 결성된 서북청년회는 해방 공간에서 좌익 세력을 척결한다는 명목하에 다수의 백색 테러를 주도한다(남대문충돌사건, 부산극장사건, 정수복 검사 암살 사건 등).

서북청년회가 관여한 대표적 학살은 1948년 4.3일 제주에서 일어났다. 당시 제주도의 좌익 세력을 발본색원한다는 미명하에 제주도에 파견된 토벌군 안에서 '서청중대'를 별도로 편성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졌던 서북청년회는 무자비한 학살을 저지른다.

이런 서북청년회의 활동을 개신교와 연결짓는 까닭은, 영락교회를 개척한 한경직 목사가 훗날 본인 입으로 직접 '서북청년회 다수가 영락교회 청년부 소속'이라고 자랑스럽게(?) 밝혔기 때문이다.

북한 지역에 집과 전답을 놔두고 빈손으로 월남해야 했던 한경직과 서북청년회 소속 젊은이들은 공산주의 세력에 대한 적개심이 남달랐기 때문에, 자신들 입장에서는 남한 사회에서 좌익 세력을 척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애국적-신앙적 행위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들의 비뚤어진 애국관과 신앙관 때문에, 결국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어야 했다.

서북청년회의 존재와 활동은 한국 개신교가 한국사회에 가한 큰 범죄였던 것이다.

문제는 지금도 또 다른 종류의 서북청년회가 개신교 안에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내용은 별 차이가 없이 말이다.

가령 정치적 색채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성적 지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교회 안의 신자들을 선동하고 충동하여 댓글이나 영적 전투의 형태로써 정신적-심리적으로 무자비한 테러를 가하는 것을 마치 교회의 본령처럼 생각하는 자들이 지금도 한국 개신교 안에 적지 않다.

이들은, 비록 지금은 총칼로 사람을 죽이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말과 혀로써 사람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것을 사명처럼 여긴다.

말하자면 오늘날의 서북청년회라 할 수 있겠다.

이들은 무서운 자들이고, 이들이 저지르는 행동은 무서운 일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사회 안에서는 자신과 정치색이나 이념적 스펙트럼이 조금만 달라도 온갖 저주와 조롱과 비난을 일삼는 자들이,

저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의 가난한 자들을 향해서는,

그리고 최근 일어난 튀르키에-시리아 지역의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사랑의 손길'을 보태자며 온갖 '따스한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왜,

가까운 형제와 이웃에게는 저주를 퍼부으면서도,

저 멀리 지구촌 이웃들에게만 사랑의 온기를 베푸는 것일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신약성경 야고보서에 나오듯,

샘물이 단물과 쓴물을 동시에 내뿜을 수 없듯이,

그리스도인 역시 한 입으로 저주와 축복의 말을 함께 발설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출처가기

2023-02-20 17:18:13
47.34.184.3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풍성한 믿음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