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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노니아
민주적인 교회는 다양한 음성을 적극적으로 부추기는 교회다
 회원_381970
 2023-01-24 16:05:43  |   조회: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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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몇 차례 '설교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해서일까? 페친 한 분이 혹시 내가 목사 대신 평신도가 설교하는 교회를 꿈꾸는 거냐고 물으신다. 아니다. 평신도 설교는 내가 참여하고 있는 교회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해 왔고, 덕분에 나도 몇 차례 설교를 한 바 있다. 나는 그런 시도와 경험이 나름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 무엇보다도 평신도 설교는 설교가 목사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각인시킴으로써 평신도 스스로 성경을 읽고 신학적 사유를 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개인의 신앙생활을 위해서도 그리고 교회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서도 아주 유익한 시도다.

그러나 나는 평신도 설교가 목사의 설교를 대신하거나 보완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많은 경우, 평신도 설교는 교회 공동체를 세워나가지 못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평신도 각자가 갖는 관심사가 너무 다양해서다. 다들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평신도들이 산발적으로 자기 생각을 펼친다고 해서 그것이 교회 공동체를 건강하게 변화시키리라고 여기는 것은 헛꿈이지 현실일 수 없다. 다른 하나는 평신도의 신학적 지식의 얕음 때문이다. 성경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그리고 마땅히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 현실적으로 누구나 옳바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은 결코 아니다. 장기간에 걸쳐 훈련을 받은 목사들도 잘못 읽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성경을 훈련 받지 않은 평신도가 읽고 목사들보다 나은 해석을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 야무진 거다. 그건 마치 동네 조기 축구 회원이 손흥민보다 나은 플레이를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교회들의 평신도 설교 시도를 적극 지지하지만, 그것으로 목사의 설교를 대신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세상의 각 분야에 훈련 받은 전문가들이 필요하듯이 교회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

이미 저물고 있는 설교의 시대에 내가 바라는 설교의 모습은 간단하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신학 훈련을 받은 목사들이 전문가의 입장에서 성경을 읽고 말씀을 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설교를 맹목적인 '아멘'의 대상으로 만들지 말고, 오늘날 세상 모든 분야의 일들이 그러하듯이, 찬성과 반대와 분석과 비판과 논의의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이다. 교회의 말을 훈련받은 목사들이 선도하게 하되, 그들이 독점적으로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어느 목사도 자신의 성경 해석을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는 진리라고 주장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설교자의 지위 좀 흔들어 놓는다고 교회 망하지 않는다. 사실, 그 정도의 흔들림 때문에 망하는 교회라면, 애써 지켜내야 할 이유도 없다. 지금도 하나님의 대리자를 자처하며 목에 힘 주는 목사들 때문에 가지 말아야 할 길로 끌려가는 가련한 신자들이 너무 많다. 그렇게 교회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동안 기독교는 점점더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목사들이 주도해 왔던 설교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민주적인 교회의 핵심은 목사 임기제나, 운영위원회나, 재정의 투명성이 아니다. 민주적인 교회의 핵심은 '말의 해방'이다. 말이 죽으면 모든 게 죽는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말들이라도, 말을 살려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산다.

"말은 목회를 위한 절대적 수단이다. 하지만 그것은 목사가 교회에서 말을 독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말은 목회를 위한 수단이기 이전에 교회가 그 위에 서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교회의 토대를 오직 목사 한 사람이 독점하는 말로 이루려는 것은 위험할 뿐 아니라 망상이기까지 하다. 다양한 음성이 어우러지는 교회가 건강한 교회다. 민주적인 교회는 건강함을 위해 다양한 음성을 용인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추기는 교회다."(<교회 민주주의>,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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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4 16: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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