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코이노니아
힘 없는 교인들 앞이 아니라, 거대 권력의 흉포에 큰소리치라
 회원_138746
 2022-12-28 04:48:30  |   조회: 107
첨부파일 : -

*강 건너 불구경?

매사 신실한 포즈로 경건한 말씀 자주 하시는 이른바 "큰" 목사님들이 온화한 미소 흘리며 기독 신자들의 신앙과 삶을 부드럽게, 때로 거칠게 훈계하길 좋아하고, 이 세속적 욕망에 오염된 모습을 질타하기도 잘 하시는데 그 선의는 십분 봐줄 수 있다.

그런데 그 티끌 같은 오류와 욕심은 그렇게 세밀하게 잘 적발하시면서 윤 정권의 수장과 그 측근 세력들, 이 땅의 꼭대기에서 온갖 기득권을 거머쥐고 있는 자들이 큰 권력 휘두르면서 커튼 뒤에 숨어 별의별 사악하고 교활한 모략을 일삼으며 흉포한 짓을 저지르는 행태에 대해서는 왜 그리도 한결같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잠잠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웬만큼 알지만 그 속사정이 워낙 간교하여 까발리는 것조차 구차할 뿐이다. 영 분별의 은사가 이런 구석에 작동하면 얼마나 바람직할까.

세상에 절대적 기준으로 의인이 없다는 말씀도 옳지만 성경도 말하듯 아브라함이든 욥이든 상대적 기준으로 의인이라 칭해지는 사람도 없지 않다. 교회 열심히 섬기는 평범한 장삼이사 다수 교우들이 때로 세금 좀 덜 내려 꼼수를 피우고 가끔 이기적인 거짓말도 할테고, 제 식구 먹여 살리고 각박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다 보면 더러 때도 묻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다윗처럼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였나, 충직한 용병 부하 우리야를 흉악한 방식으로 학살했나, 솔로몬처럼 1천 명의 처첩비빈을 거느리며 호기롭게 방탕했나, 아브라함처럼 제 한 몸 보전하려 아내를 누이라고 속였나, 아간처럼 공동체의 엄청난 노획물을 사적으로 착복했나... 뭐 그리 회개해야 할 게 많다고 툭하면 회개하라고 야단치는 건지... 그들 오류가 아무리 많다 한들 노회장이나 신학대학 총장 하려고 수억 뿌리고, 교단 총회장 하려고 수십 억 뿌린다는 높은 자리의 교계 어르신들의 탐욕과 성직자주의 복마전의 폐단만큼 심각하랴.

우리 나라 기독교 신앙이 근대적 계몽 이전 단계에 턱걸이하며 전전긍긍하는 무지의 죄는 심각하다. 그래서 지적 계몽 이후의 성찰과 소박한 일상의 향유적 가치를 범사에 누리며 사는 서구 기독교 신자들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는 계몽과 함께 계몽을 넘어가야 그나마 따라가기라도 열심히 할텐데 계몽적 조명을 좀 할라 치면 '지식이 밥먹여주냐' '지식은 교만하게 한다'고 퉁을 놓는 아재 할배들의 꼰대짓이 불쑥 방망이를 내민다. 그리스도를 아는 것과 믿는 것에 하나 되어 하나님의 충만에 이르고 이로써 그분의 무한과 영원을 지향해야 하는 기독신앙은 이렇게 쇄말화되고 왜소해진다.

언제까지 거악에 맞서 개인으로든 단체로든 큰소리 한 번 못치고 강 건너 불구경만 하려는가. 그것조차 못하니 좀더 현명하게 싸우는 하나님의 고차원적 모사와 지혜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게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양비론적으로 멋진 말을 하거나 힘 없는 교인들 앞에 큰소리치지 말고, 거대 권력의 흉포한 짓들, 뻔뻔한 얼굴에 침이라도 뱉으며 "주 뜻이 이루어지이다" 통성기도의 타깃이라도 제대로 조준해보면 어떻겠는가. 가끔, 아주 가끔이라도 말이다.

 

 

출처가기

2022-12-28 04:48:30
47.34.184.3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풍성한 믿음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