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웹툰 리뷰
목적지를 잃은 운명이 흔들리다, <실>
 회원_737424
 2022-09-06 12:53:12  |   조회: 106
첨부파일 : -

3D663DFB-9EEE-43E7-9AD8-C97D57F36A15.jpeg

 

여러분은 운명을 믿으시나요? 사람들은 어떠한 일을 겪었을 때, 운명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는 합니다. 좋은 일이 일어날 때도, 나쁜 일이 일어날 때도 운명 때문이라고 결론을 짓죠. 운명은 참으로 마음을 편하게 만듭니다.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을 쉽게 지워버리니까요. 운명의 붉은 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붉은 실이 사랑을 상징해 관련된 이야기가 많죠.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운명인 사람들은 붉은 실로 묶여있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만약,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이 운명을 믿으신다면. 여러분들은 운명의 상대를 찾았나요? 아니면 여전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나요?


 

71011CAF-F767-4873-B3EF-01907373DB44.jpeg

 

<실>은 제목처럼 이야기가 실처럼 길게 이어집니다. 한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하고, 다음 생에서도 만나죠. 때로는 운명을 거슬러 일을 그르치게 되고, 그 운명이라는 것이 풀기 어렵게 꼬이기도 합니다.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이야기는 사람의 입을 통해 시작됩니다.

바로 기차에서요. 아는 사람이 아니었던 네 사람은 기차 안에서 만나게 되죠. 기차에 문제가 생겨 더는 앞으로 가지 않고 제자리에 멈춰서니 네 사람 중 한 여자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나서기 시작합니다. 여자의 친구는 평소 여자가 낯선 이와 대화도 잘 하지 않는 성격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여자는 그런 친구의 의아한 시선이 신경 쓰이지도 않는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이야기를 술술 내뱉습니다.

 

47F3B120-1CBA-4479-AA44-63254C87BEA3.jpeg

 

한 아씨는 혼인을 앞두고 큰 병에 걸립니다. 아씨의 혼인 상대는 도성에서도 명망 높은 집안의 자제였고, 아버지는 혹여라도 혼사가 엎어질까 봐 발을 동동 구르죠. 의원은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아씨를 남쪽 지방에 있는 외가로 요양을 보낼 것을 제안합니다. 아씨는 그렇게 요양을 하러 가고, 의원의 예상이 적중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씨의 병이 낫게 됩니다. 다 나은 아씨는 그때만은 기다렸다는 듯이 쉬지도 않고 곧장 친구의 집에 놀러 갑니다. 병을 가진 동안 답답함이 쌓여 심보가 고약해진 것일까요. 친구의 집에서 일하는 노비를 별 이유 없이 괴롭힙니다. 눈을 마주쳤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기도 하고, 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먹게 하기도 하죠. 그러나 노비를 누구보다 힘들게 하던 아씨는 다른 노비들이 새로 들어온, 아씨가 괴롭히던 노비에게 주먹질하려고 하니 놀라 말리려고 나섭니다. 그것도 강에 떠 있는 배 위에서요. 결국 아씨는 물속에 빠지고 말죠. 자신이 괴롭히던 일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요. 갑자기 변한 태도의 아씨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image.png

 

아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둘 사이의 비밀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노비는 양반이었지만, 역모에 연루되어 신분이 추락하고 말았던 것이었죠. 아씨는 현재의 혼인 상대 대신에 이 노비와 혼인이 예정되어 있었고, 실제로 서로를 사랑하는 감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비가 되어버렸으니 어찌 아씨와 결혼을 할 수 있겠어요. 아씨의 아버지는 아씨의 가혹함 앞에서도 마음을 돌리지 않았고, 아씨는 상한 음식을 먹거나 얇은 속적삼 하나 입은 채로 마루에서 겨울바람을 그대로 맞았습니다. 결과는 아씨가 원했던 대로 병을 얻었고, 남쪽 지방으로 가서 노비가 된 자신의 혼인 상대를 만났던 것이죠.

 


 

image.png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사람들이 둘의 사이를 눈치채고 맙니다. 노비가 아씨를 데리고 도망을 치려 한다면서 노비를 죽이려고 하죠. 아씨는 무서운 상황 앞에서도 도망칠 수 없었습니다. 그 길로 둘은 함께 도망을 치다 노비가 마음을 바꿉니다. 양반에서 노비가 되어 그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느낌을 겪지 않기를 바라며 아씨에게 도망치라고 외칩니다. 하지만 아씨는 도망치지 않았으며, 노비가 일하던 집안의 식구들이 둘을 빼돌려준 덕분에 함께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게 기차 속 여자가 들려준 이야기의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행복한 결말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 생에서 갈라서야만 했던 것이 둘의 운명이었는데, 운명을 거슬러 붉은 실이 꼬였다고요.

 


 

image.png

 

여자는 한 이야기가 끊이기가 무섭게 새로운 이야기의 물꼬를 틉니다. 또 다른 운명 이야기죠. 새로운 이야기에서는 전쟁 중에 부모와 집을 잃고 떠도는 여자아이가 나옵니다. 그녀는 갈 곳이 없어 오도 가도 하지 못하다가 기방에 들어가 잡일을 하게 됩니다. 기방에 새로이 자리를 잡은 그녀의 꿈은 기녀가 되는 것. 하지만 그녀의 신분이 발목을 잡고 꿈을 산산이 부수어 놓습니다. 잡일을 하던 아이는 계속 그렇게 잡일만 해야 한다는 사람들.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처럼 그녀에게 기녀가 될 기회를 주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666AFBE3-C0A3-4A60-A6F2-0D23C1C7E16F.jpeg

 

누구보다 아름다운 몸짓을 보이며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여자의 몸짓. 흥을 내지 못하던 사람들도 여자의 춤 앞에서는 신이 나 즐거워하네요. 이렇게 인기가 많다 보니 몇몇 기녀들은 여자를 질투하기도 합니다. 동료 기녀들의 질투는 여자의 흉터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여자는 기녀가 되는 조건으로 어떠한 상처를 얻었고, 그 상처 때문에 홀로 지내고 있다는 거라고요. 그때 마침 기방에 찾아온 한 남자의 모습이 어딘가 익숙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나온 노비와 참 닮은 남자. 혹, 여자가 가진 상처가 여자의 전생과 이어지는 일일까요.

 

58AC717E-5620-4CA1-AC6D-5E88D46C5D28.jpeg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전생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더해서 현생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전생의 어떠한 사건과 이어진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좋지 못한 일들이 계속해서 이어질 때 ‘내가 전생에 지은 죄가 많나 봐.’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습니다. 정말 한 사람의 삶이 끝난다고 해도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겠죠. 실은 이런 구전에 로맨스를 첨가해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한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난다고 해도 다음 생에서 어찌 이어지는 것인지 알 수 없으니 긴장감을 계속해서 유지해 멈출 수 없이 계속 읽게 됩니다. 당신도, 전생 이야기가 궁금하십니까?

 

출처가기

2022-09-06 12:53:12
47.34.184.3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10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Best 웹툰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