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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죽이기가 시작되다
 회원_864952
 2022-05-19 05:12:05  |   조회: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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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의 조정은 전라 좌수영에 있는 통제사 이순신에게, 자꾸 경상도로 배를 몰고 가서 일본 수군을 격파하라고 채근댔다. 조정에서 탁상공론만 하고 있는 중신들은 현장의 상황에 완전히 문외한이었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바다에서 조선 수군은 일본에 절대 우위였으므로, 충분히 소탕 작전을 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순신은 늘 말수가 적고, 행동이 신중하고 무거운 사람이었다. 이런 이순신의 행태를 조정 중신들과 왕은 늘 못마땅히 여겼다. 그러므로 항상, 조정의 명령이 내려와도 통제사는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요즘말로 하면 예스맨이 아니었던 셈이다.)

"왜 시키는 대로 빨랑 빨랑 안 움직여? 저 자식 봐라? 백성들한테 명망 좀 높아졌다고 감히 조정을 무시하는 거야?"

마음이 좁은 선조와 중신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조선 수군은 화포 성능에서 일본군에 앞섰으므로 중거리 해전에서 연전연승을 거둘 수 있었을 뿐. 근접전이 벌어지면 오히려 살육당할 것은 조선군이었다. 게다가 남해안 섬들 곳곳에 왜성이 있었으므로 당시의 배로 원거리 원정을 가기는 어려웠다.

이런 전략적인 고민을 하는 이순신이 계속 출군을 연기하자 조정 중신들이 벌떼같이 일어나서 통제사를 파면하라 하였다. 전쟁 영웅인 이순신을 고깝게 여겼던 선조 또한 그랬다. 이순신은 파면되고 한성으로 압송되었다. 그 자리에 원균이 올라갔다.

그 이후의 상황은 다들 아시는 대로이다. 상부에 대해서 Yes만 할 줄 아는 사람이 중요한 보직에 들어섰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다들 알 것이다. 원균은 조정에서 채근하는 대로 배를 있는대로 끌어모아서 부산으로 향하다, 도중에 식수가 떨어져 갈증에 싸움도 하기 전에 무너져 내렸다. 조선 수군의 모든 배를 단 하루에 잃고 말았다.

나라를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 사람이 누구인지 당시 조선 백성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들 모두가, 통제사가 압송될 때 경악하고 분루를 삼키었다. 그리고 다들 이 나라 수군의 운명이 어찌될 지 그 앞날을 미루어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정치 인사란 무엇인가? 정실 인사란 무엇인가? 지금 일어나는 일을 두고 정실 인사라고 부른다. 눈이 있고 귀가 있는 자라면 보고 들어 알 것이다. 입이 있는 자라면 입을 열어 말할 것이다. 무엇이 정치 방역인지를. 누가 몸을 돌보지 않고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했는지를. 지금의 한심한 세태를 보고 분루를 삼키지 않는 자가 있다면, 그는 애국자라 불릴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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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9 0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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