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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의원, 정치 여정의 퇴장 시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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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0-14 08:16:26  |   조회: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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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1. 나이를 먹어가는 게 좋은 일은 아닌데, 그렇다고 꼭 나쁜 일도 아니다.

어떤 사람이나 사건에 대해 이해를 하려면 '맥락'을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역사'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 최현대사만 해도 최소 50살 이상은 먹어야 어느 정도 가늠이 될 때가 많다.

2.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 당시 군사정권에 맞서 한국 야당을 이끄는 정치세력은 크게 김영삼의 상도동계와, 김대중의 동교동계가 양분했다.

김영삼이 서울 상도동에 살았고, 김대중이 동교동에 살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상도동계는 김덕룡, 최형우 등이 좌장격이었고, 동교동계는 권노갑, 환화갑 등이 큰 형님 역할을 맡았다.

3. 한국 민주화 운동의 대부이자 산 증인 격인 김대중은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정권으로부터 엄청난 박해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숱한 감시, 자택 연금, 해외 추방, 투옥 등을 밥먹듯 반복했다.

무엇보다 김대중은 항상 '음모론'에 시달렸다. 김대중=빨갱이란 공식이 대표적이다. 군사정권은 김대중의 활동반경을 약화시키고 세력을 꺾기 위해 온갖 치졸한 '공작정치'를 펼쳤다.

4. 그래서 김대중의 동교동계 안에는 안기부, 검찰과 경찰의 공안세력이 주도하는 공작 정치에 맞서 소위 '역 공작'을 전담하는 인물들이 있었다.

이들은 김대중을 망신주거나 정치적으로 매장하려는 군사정권의 비열한 공작들을 사전에 미리 포착해서 저지한다든지 혹은 경고(엄포)를 함으로써 그런 시도들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전담했던 참모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아마도 '설훈' 의원은 당시 동교동계에서 그런 역할을 주로 수행하던 인물이었다.

동교동계의 막내격인 그는 김대중을 향한 군사정권의 비열한 공작정치를 막아내는 '방패' 역할 뿐 아니라 종종 '창' 역할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설훈이란 정치인은 필연적으로 '설화'에 자주 휘말렸다.

그의 성격이 다혈질일뿐 아니라, 그가 주로 맡아서 수행하던 역할이 상대방의 '카더라' 통신을 무력화시키고, 오히려 역으로 상대를 향해 '카더라' 통신을 가동시켜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5. 군사정권 시절, 그러니까 엄혹했던 권위주의적인 정부 시절에서는 '투사' 형의 야당 정치인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 시절에는 '샌님' 형태의 '전문가형' 야당 정치인이 설 자리가 많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허구헌날 서슬퍼런 공안당국과 맞서 가두투쟁을 하고, 단식과 농성을 하고, 철통 같은 보안과 통제를 뚫고 집회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불도저형의 투사 정치인들이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동교동계나 상도동계의 좌장격 정치인들 모두 투쟁에는 능하였으나, 그러나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무식'쟁이들이 허다했다.

참고로, 이낙연 후보를 정통 동교동계 출신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 그렇지 않다.

그는 김대중이 엄동설한에 고초를 당할 때는 그 주변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절에는 동아일보 기자로 출세가도를 달리면서 한때는 '위대한 전두환 대통령'을 상찬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었다

그가 호남 출신이란 이유로 동교동계에 합류한 것은 김대중의 정치가 차가운 겨울을 지나 따스한 봄과 여름에 접어들었을 때다.

6. 당시 동교동계 소속의 투사형 정치인들은 호남 출신들이 밀집해 사는 서울의 강북과 강서(양천), 구로와 관악 등을 기반으로 국회의원 뱃지를 손쉽게(?) 획득했다. 서울 외곽의 호남 출신들이 모여 사는 가난한 동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평민당' 소속이라면 동네 개가 나와도 국회의원이 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던 호남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실질적인 콘텐츠나 내용은 없지만 아무튼 민주화 투쟁 하나만은 전투력이 만랩을 찍었던 정치인들이 다선 의원 노릇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 시대에는 그것이 꼭 나쁜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필요하기까지 했다.

7. 국회의원 5선 경력을 자랑하는 설훈 의원의 탄생과 성장 배경은 대략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는 분명 군사정권 시절에 일정한(소중한) 역할을 수행했던 인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정치를 배우던 시절 주로 '공작'과 '역공작' 스킬을 너무 많이 익힌 나머지, 그 이후의 정치 여정에서도 늘 그런 쪽으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것 외에는 달리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기여한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꿔 말하면 그는 요즘 시대와는 전혀 맞지 않는 '구태한' 정치인인 셈이다.

다만 본인과 그 주변 사람들만 그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그리고 이것이 설훈 의원의 정치 여정에는 늘 설화가 뒤따르는 이유일게다.

이제 그의 퇴장 시점이 가까워져 온 듯하다.

자발적으로 퇴장할 것인지, 강제로 퇴장당할 것인지를 결정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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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4 08: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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