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웹툰 리뷰
불괴, 네이버의 신진 무협
 회원_731383
 2021-01-23 02:26:41  |   조회: 549
첨부파일 : -



네이버 웹툰 신작 '불괴'는 무협물입니다. 불괴라는 제목부터 금강불괴(金剛不壞)라고 하는 무협의 개념에서 차용했을 테고요. 금강불괴란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모종의 무공을 익혀 몸뚱이가 엄청나게 단단해졌다는 건데, 맨몸으로 도검에 찔리고 베여도 상처를 입지 않는 그런 경지를 의미합니다. 사실 불괴라는 두 글자에서 본격적인 무협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저를 포함해서 예전부터 무협을 읽어왔던 독자라고 해도요. 네이버 웹툰의 대다수 독자들이 무협에 익숙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니까,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금강불괴처럼 무협스러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제목 대신 앞의 두 글자를 잘라내서 불괴라고 지은 것은 의도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한 번, '불괴'는 무협 웹툰입니다. 무협 장르는 거의 전부가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해 공급-소비되고 있는데, 한국에서 대중적인 장르가 아닐 뿐더러 웹툰이나 드라마화 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무협 웹툰도 매우 드문 편이죠. 그나마 공식 소개에서 스스로를 '무협'이라고 정의내리는 몇 안 되는 웹툰조차도 일부 설정과 세계관, 분위기를 무협에서 빌려왔을 뿐 장르적으로는 무협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면에 불괴는 형식을 빌려왔을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충분히 '무협'이라고 부를 만해요. 장르의 자격을 갖춘 것 이상으로, 지금까지의 스토리를 보면 상당히 고전적인 형태입니다. 정파 무림이 마교에 의해 극도로 쇠락한 상태에서, 정파의 노고수들이 가능성 있는 젊은 고수에게 내공을 몰빵하여 마지막 도박을 한다는 설정은 2010년대 시절에도 잘 나오지 않을 정도였죠. 물론 이 신진고수인 '남궁설연' 대신에 진주인공이자 파락호인 '백기립'이 내공을 흡수한다는 클리셰 비틀기가 있긴 하지만, 이조차도 그리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당연히도 둘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동행하며 무림을 지배한 마교에 맞서게 되겠죠.

 

하지만 이 작품은 소설이 아닌 웹툰이기 때문에, 무협소설의 관점에서 진부한 이야기도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봅니다. 무협이라는 장르 자체가 생경한 분들에게는 충분히 새롭게 다가올 수 있을 테니까요. 오히려 소설로 발표되어 기존 무협의 장르팬들에게 어필할 만한 스토리는 무협에 낯설 웹툰 독자들에게 지나치게 어렵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가지 더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여자 캐릭터들의 활약입니다. 사실 무협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대단히 '남성적인' 장르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경우는 정말로 드물어요. 반면에 웹툰 '불괴'에는 벌써부터 매력적인 여성 인물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소설이었다면 아마도 주인공의 히로인 내지는 무공사부 정도의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을 남궁설연도 백기립 못지않은, 아니 그 이상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고 그녀 외에도 여러 강력한 여성들이 속속 등장합니다. 무협의 오랜 팬임을 자부하지만 동시에 - 무공이라는 편리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 남자들만 넘쳐나던 기존의 관습에 불만이 있던 필자로서는 분명히 장점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작화는 무협으로서도, 그리고 기본기도 썩 괜찮은 편이고, 초반부 전개 속도에 대해 조금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확실히 일주일에 1편씩, 그리 많지 않은 분량으로 감상하기에는 다소 느리지만 애초에 무협이라는 장르가 (대여점 판형을 기준으로)최소 7권을 넘어가는 것이 기본인 만큼, 독자 분들도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주셨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1-01-23 02:26:41
97.93.156.11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10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Best 웹툰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