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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리뷰
반려견과 함께하기 위한 모든 이야기, <개를 낳았다>
 회원_962410
 2021-01-21 01:50:00  |   조회: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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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이라 부르던 시대에서 '반려동물'로 부르는 시대로 인식이 변화했다. 요즘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 간의 커뮤니티가 활발한 데서 더 나아가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의 사진이나 일상을 중점적으로 올리는 SNS 계정도 늘어나고, 또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시대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 이 종종 자신의 반려동물을 지칭하며 쓰는 표현이 있다. '내 새끼'다. 자신이 낳은 적도 없는, 자신과는 다른 종이기까지 한 동물이지만, 우리말에는 예로부터 '가슴으로 낳았다'는 표현이 있지 않은가. 웹툰 <개를 낳았다>의 제목은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에 있지 않을까 추측해볼 수 있다.

 

네이버 도전만화에서 정식 웹툰으로 올라온 <개를 낳았다>는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주인공 다나가 강아지 명동이를 분양받으면서 시작된다. 강아지 명동이가 상자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순간, 흑백이었던 만화가 다채로운 컬러로 전환되는 장면은 웹툰의 도입부로서 훌륭한 연출일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의 핵심을 나타내는 연출이기도 하다.

 

1화에서 언니가 강아지를 책임질 능력이 있을지 불안해하는 나라에게, 나라와 다나의 부모님은 다나의 우울증이 나아지기를 바라며 강아지 입양을 허락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나라의 걱정이 부모님의 허락보다 타당하고 논리적일 것이다. 강아지를 돌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일들이 결코 쉽지 않다.

 

작가 또한 이러한 점을 간과하지는 않는다. <개를 낳았다>는 작중 계속해서 반려견을 위해 필요한 준비, 공부, 노력, 금전적인 투자 등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명동이의 배변 훈련 문제로 자매가 싸우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수술비가 없어 반려견을 버린 주인에게 동물병원 원장이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자매가 싸운 뒤, 좀 더 공부한 언니 다나가 나라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닌 서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화해하는 방식으로 그려낸 4화는 여러 면모에서 반려견을 둔 바람직한 가정의 모습을 제시했다고도 볼 수 있다. 

웹툰 <개를 낳았다> 4화 中

 

<개를 낳았다>의 특별한 점은, 이렇게 많은 정보를 녹여내면서도 스토리텔링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히 반려견의 귀여움을 이야기하거나, 즐거운 일화를 전하는 일상 웹툰은 아니다. 캐릭터는 살짝 깔아둔 채 정보만을 전달하는 웹툰도 아니다. <개를 낳았다>에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정보뿐 아닌 다나와 나라, 그리고 명동이라는 캐릭터와 그들이 그려내는 서사가 분명히 존재한다. <개를 낳았다>는 작가의 의도에 비해 정보가 빈곤하지도, 정보량에 작품의 서사가 매몰되지도 않는 밸런스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훌륭하다.

 

<개를 낳았다>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방식에 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그러나 결코 독자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들지도, 얄팍한 지식으로 안이한 이상론만을 말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명동이를 통해 변화하는 다나와 나라, 또 다나와 나라를 통해 행복해지는 명동이의 심리를 충실하게 그려냄으로써 웹툰으로서의 서사적 감동 또한 놓치지 않는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강아지가 아니더라도 반려동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 봐야 할 훌륭한 웹툰이다.

2021-01-21 0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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